지난 7월 22일 만도 평택공장에서 일하던 피아로딕스 소속 하청노동자 고 김승모가 설비 중이던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사고 다음날 유가족을 만나 장례까지의 모든 절차에 대한 위임장을 받았으며, 이후 만도 사측의 실질적이고 공개적인 사과, 제대로 된 사고원인의 규명, 재발방지 대책의 마련, 유족에게 합당한 배·보상을 요구하며 장례를 무기한 미룬 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고 김승모는 ‘피아로딕스’ 소속의 사외 외주업체 노동자다. 만도는 그동안 김승모를 포함한 외주업체 노동자를 보전업무를 위해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점이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안전시스템은 붕괴된 채 생산위주의 경영이 이뤄져 왔으며, 2013년 이후 단 한명의 인력충원 없이 외주화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단체협약의 무력화가 가속화되었다.
이 글은 만도 고 김승모의 중대재해가 2012년부터 사회적 담론으로 쟁점화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사고라는 점과 더불어, 2010년대 이후 산업과 국가 기구가 ‘창조컨설팅’을 동원하여 조직적으로 실행한 노조파괴의 결과가 어떻게 작업장 민주주의를 훼손했으며, 이 결과 신자유주의적인 유연화,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외주화’를 가속화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사과농사에 진력을 다 쏟아서일까. 배우고 사유하는 장이 고파오던 참에, 그리 멀지 않은 문경시 가은읍에서 북토크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쁜 농사 일정을 잠시 뒤로 미루었다. 입을 털고 싶고, 마음을 적시고 싶었다. 2026년 8월 29일, 학계와 노동계에서 불평등 사회의 폐부를 찔러왔던 조돈문(전 민교협 상임의장,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사장 등) 교수의 북토크가 열리는 가은읍 아자개장터 내 희양상회를 찾았다. 조돈문 교수가 발간한 책은 <평등사회 프로젝트>였다. 북토크는 책의 핵심 내용을 강의 형식으로 소개하고, 참석한 사람들의 다양한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다. 말 그대로 책을 매개로 한 학습광장이었다.
조돈문 교수는 한국 사회의 이데올로기 전선을 ‘평등 대 불평등’으로 설정하였다. 계급 간의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소득 계층별, 성별, 세대별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노동자•민중이 어떤 이유에서든 불평등을 수용하는 것 자체부터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아니 노동자들은 ‘평등사회’를 대체로 신뢰하지 않고 꿈조차 꾸지 못하는 ‘불평등 숙명론’이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는 사회가 되었다. 할아버지가 부자여야 청년이 부자로 산다는 웃지 못할 슬픈 이야기가 청년들의 고개를 숙인다. ...